그림동화 1권
책 : 그림동화 1권
작가 : 키류 미사오
읽은 기간 : 2020년 2월 7일 ~ 2월 10일
출판사 : 서울문화사
본문 中-
동화가 인간 삶의 뿌리를 비춰주는 거울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page. 9
그들의 정열적인 창작 의욕의 원천이 되었던 것은 잃어버린 유토피아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었다. 즉 독일 민족의 통일이었던 것이다. 독일이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한 것은 군소국으로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림 형제는 독일 민족을 통일시키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화의 통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는 문학 방면의 괴테와 쉴러, 철학 방면의 칸트, 음악 방면의 모차르트와 베토벤, 하이든 등을 중심으로 독일 문화가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다. 이때 과격한 민족의식과 애국심의 고양을 목적으로 삼은 독일 낭만주의가 발생하여 게르만 민족의 역사, 신화, 전설, 민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림 동화집도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났다. page. 12
이런 정신분석적 해석과 함께 유행한 또 하나의 해석이 ‘역사적 해석’이다. 예를 들면, 동화에 계모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근세 초기에 다섯 명의 남편 중 한 명 꼴로 아내를 잃고 재혼했던 유럽의 사정을 나타내고 있으며,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이 버려지는 것은 기근 때문에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을 때 흔히 이루어졌던 현상이라는 것이다. page. 13
아직 어린 소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고, 절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다람쥐처럼 귀여운 이가 흘긋 드러나 보였다. 『백설공주』 page. 20
어린아이처럼 백설공주의 오만은 한계가 없었지만, 왕은 그런 변화를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사라져가는 자신의 젊음을 백설공주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애완동물을 키우듯 어린 공주를 키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백설공주』 page. 32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당시엔 태어나자마자 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 보물처럼 소중히 키웠다. 그런데 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게 귀한 자식을 단순히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것일까? 사냥꾼은 왕비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백설공주』 page. 36
어느 틈엔가 난쟁이들은 공주의 아버지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백설공주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서 남자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백설공주』 page. 42
어느 시대이든 집안 분위기는 여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신데렐라의 집안은 순식간에 계모의 천한 분위기로 물들어버렸다. 『신데렐라』 page. 78
파랗다는 말에는 뭔가 차가운 느낌이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어에서는 귀족의 피를 선 블루(파란 피)라고 부른다. 이처럼 파란색에는 다른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냉정함이 깃들여 있다. 『파란 수염』 page. 157
‘지금까지의 여자들과 같은 패턴이야. 여자는 모두 마찬가지야. 겉으로는 순종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걸 믿으면 안 되지. 아무리 수치스러운 짓이라도 태연하게 저지르는 게 여자니까’
파란 수염의 어머니는 바람기가 많은 여자였다. 『파란 수염』 page. 171
파란 수염은 자기에게 등을 돌린 신하를 단칼에 죽인 적인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폭력으로 사람을 제압하면 할수록 파란 수염은 더욱 고독해졌다. 사랑이 아닌 공포로 사람을 다스리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 『파란수염』 page. 181
성적으로 엄하다는 면에서 보면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왕조다. 현모양처인 빅토리아 여왕이 지배했기 때문에 음란성에 대해서는 특히 엄했던 시대였다. 예를 들면, ‘다리’라는 말이 이상한 여운을 풍긴다는 이유에서 사용을 금지시켰다. 사람의 다리뿐 아니라 의자나 피아노의 다리까지도 음란한 여운이 풍긴다는 이유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도록 감추어야 했다. 다리를 leg라고 말하지 않고 limb(손발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했고, ‘와이프’라는 말도 성적인 여운이 풍긴다는 이유에서 ‘레이디’로 바꾸어 불렀으며, 유방을 가리키는 breast(가슴)라는 단어도 이상하다는 이유로 bosom(품)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야 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page. 219
베텔하임에 의하면, ‘100년 동안의 잠’은 사람이 청년기라는 커다란 전환기를 초월하여 자기 자신을 확립하기 위한 길고 조용한 내면적인 집중기를 의미한다. 특별히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단지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착실하게 정신적인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외적인 행동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낳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람은 긴 침묵과 숙고의 시기를 거쳐야 비로소 인간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page. 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