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책 : 다잉 아이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읽은 기간 : 2019년 3월 6일 ~ 3월 15일
출판사 : 재인
본문 中-
그 마네킹 얼굴에는 아주 특별한 점이 하나 있었다. 다른 마네킹은 모두 허공을 쳐다보는데, 그 마네킹은 달랐다.
이 여자는 .... 날 보고 있어. page. 76
“앞으로 말이야. 무슨 생각이었을까. 돈 한 푼 없는 주제에 독립해서 가게를 차리겠다는 허튼 꿈이나 꾸고.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 page. 96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빨리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늘 초조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를 몰랐다. 아니, 찾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집배원이 배달해 주는 소포처럼 어느 날 불쑥 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진로에 대해) page. 101
“칵테일은 빨리 드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칵테일은 온도를 즐기는 술인 까닭이다. 그런데 여자는 천천히 잔으로 점성을 확인하듯 살짝 흔들어 보고는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촉촉하게 빛나는 입술에 칵테일 잔이 닿았다. 엷은 갈색의 끈끈한 액체가 입 안으로 흘러들어 간다. page. 110
여자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방을 열고 립스틱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더니 신스케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숫자를 쓰기 시작했다. 빨간 숫자 열한 개가 신스케의 손바닥에 나란히 그려졌다. page. 171
필력 ㄷㄷ page. 184
신스케는 한 장의 사진을 생각하고 있었다. 기시 나카 레이지가 만든 마네킹 사진이다. 그것도 죽은 기시나카 미나에와 꼭 닮게 만든 마네킹의.
루리코의 얼굴은 그 마네킹 사진의 얼굴과 똑같았다. page. 263
그 눈에는 감정이 없었다. 유리로 만든 인공 눈알처럼. 유리 눈알 인형, 마네킹 page. 268
‘실리콘 폴리머를 사용한 인공 피부 연구’, ‘유압식 의수’, ‘전자식 의안의 연구와 문제점’, ‘마이크로컴퓨터에 의한 인형의 표정 변화, 사이버 로봇 연구 제13보’. 기시나카 레이지는 인간에 매우 가까운 인형을 만들려 했고, 그것은 바로 죽은 아내를 닮은 인형이었을 것이다. page. 288
에지 마의 옆얼굴을 바라보는데 또 묘한 감각이 찾아왔다. 예의 데자뷰였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에지마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있었을 리 없다. 이 차를 탈 때마다 신스케는 늘 조수석에 앉았다. page. 341
“차가 그 여자의 몸을 짓뭉개는 느낌을 지금도 생생하게 떠 올릴 수 있어. 정말 한순간의 일이었는데, 마치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영상처럼 기억하고 있지. 몸이 조금씩 짓이겨지면서 살아 있는 사람이 점점 죽어 갔어. 가능하다면 한시 빨리 잊고 싶지. 하지만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특히, 망막에 각인되어 떨어지지 않는 게 있어. 뭐일 것 같나?”
“눈이야”
“기시나카 미나에가 죽어 갈 때의 눈. 생명이 꺼지기 직전까지 그녀는 집념의 빛을 번뜩였어. 삶에 대한 집착의 빛,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죽어야 하는 무상의 빛, 자신을 그런 꼴로 만든 상대에 대한 증오의 빛이었지.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끔찍한 눈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page. 395
최면
모든 기억을 되찾은 신스케는 재판정에서 자신에게 판결이 내려질 때의 일을 떠올렸다. 징역 2년에 집행 유예 3년.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아아, 다행이다, 변호사가 틀림없이 집행 유예로 처리될 것이라고 했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상상하면서 조마조마했는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가볍네. 그렇게 생각했다. 시부야의 액세서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자 친구가 용돈이 모자라 가게 물건 10만 엔어치를 몰래 훔쳐다 아는 사람에게 싸게 팔아넘긴 적이 있었다. 가게 주인에게는 손님이 슬쩍해 간 모양이라고 둘러댔다. 그 후 그녀의 소행이라는 게 밝혀지자 가게는 그녀를 고발했다. 그때 그녀에게 내려진 판결은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 유예 3년이었다. 에지마를 대신한 것이긴 하지만, 신스케는 사람 하나를 죽인 죗값을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액세서리 10만 엔어치를 훔친 죗값과 비슷하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이 정도 가지고는 피해자의 유족이 절대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page. 418
불현듯, 기시나카 레이지가 ‘양하’에 처음 왔던 밤이 떠올랐다. 그날 그는 신스케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짜증 나는 일이 있을 때 그 불쾌한 기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었다. 가능한 한 재미있었던 일, 기분이 밝아질 만한 일을 생각한다고 신스케는 대답했다.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내 가게를 갖게 될 때를 상상한다든지..”
“그게 꿈이로군요.”
“네, 뭐 일단은.”
기사나카 레이지가 복수하기로 결심한 것은 어쩌면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다소 주저하면서 가해자가 일하는 술집을 기웃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해자는 불쾌한 일을 깨끗이 잊은 것처럼 보였다. 가능한 한 재미있는 일을 생각하려 한다는 그 말을 기시나카는 어떤 기분으로 들었을까. 그는 피해자는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page.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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