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환야 11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읽은 기간 : 2019년 9월 10일 ~20일
출판사 : 랜덤하우스
본문 中-
축 처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사야의 머릿속에 스쳐간 것은 차라리 죽어줬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생명보험을 들어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목을 매단 아버지를 봤을 때 든 가장 솔직한 기분은 이제 살았다, 라는 것이었다. page. 21
도시로는 눈을 뜨고 있었다. 흐린 눈으로 마사야를 바라보며 뭔가 호소하듯 입을 움직였다. 이성보다 본능에 가까운 것이 마사야를 충동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그는 옆에 있던 벽돌을 집어 들어 도시로의 머리를 내려치고 있었다. 마사야는 일어섰다. 이제 이곳에는 볼일이 없다. 어차피 남의 손에 넘어갈 공장과 집이다. 막 떠나려고 하는 순간, 그의 눈앞에 웬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page. 25
한신 지진
물렁하면 살 수 없어
“마사야, 세상에는 물건이 넘쳐나. 차도 마찬가지야. 넘쳐나는 것을 잠깐 돈을 내고 빌려왔을 뿐이야. 공연히 신경 쓸 필요 없어. 자, 시신이나 싣자.” page. 92
사린가스
“가스는 염소 계열. 문제의 종이봉투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와 터진 고무풍선이 발견되었다. 용기의 내용물은 하이포아염소산나트륨이고, 풍성은 황산으로 채워져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가지 약품이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켜 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사린과의 공통점은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page. 117
스토커라는 단어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대
그리고 그런 스토커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언젠가는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page. 150 - 소설은 2006년에 쓰임
“그러지 마. 미용실 같은 덴 가본 적 없어.”
“역시 창피해서?”
“당연하잖아.”
“그래? 그렇지만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될 때가 올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앞으로 남자들도 당연히 미용실에 가는 시대가 올 거야. 어린 사내 애들만이 아니라 마사야 같은 어른들도 가는.”
“경기가 나빠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가꾸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아. 오히려 스스로를 가꾸는 일에만 돈을 쓰게 될 거야. 그 가운데 헤어스타일을 다듬는 건 시간이 제일 짧게 드니까.”
“그래서 미용실이 유행할 거라는 이야기야? 그리 쉽게 될까?”
“뭐, 두고 봐. 내 예감은 어긋난 적이 없으니까.”
미후유가 씩 웃었다.
page. 191 - 다시 말하지만 소설은 2006년에 쓰였다.
“그냥 솜씨만 좋아선 앞으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손님 마음을 사로잡는 뭔가를 갖고 있어야 해.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손님이 얼마나 조건 없이 믿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지. 저 미용사가 손을 댄 헤어스타일이니까 멋지다. 그런 소리가 나오게 만들어야 해. 말하자면 미용사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거지. 그럴 가능성이 당신한테 있다고 확신해요.” 열심히 이야기하는 미후유의 기세에 압도당했다. page. 195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바꿔 말하면 도저히 안 되겠다는 한계도 보였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야.”page. 204
미후유는 미용실 개업 이야기를 꺼내려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얻은 사업 지식, 손님과의 흥정, 시장을 넓히는 방법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곁들여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아오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후유는 말도 잘했다. 혼자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늘 상대의 의견이나 감상을 물었다. 그것도 단순하게 묻는 게 아니라 아오에의 말을 통해 화제를 더 넓히거나 문제를 파고들어가곤 했다. 대화가 끊이지 않고,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병이 비었다. page. 205
목덜미 검은 점 두 개.
아오에는 신카이 미후유의 목덜미에 있던 검은 점 두 개를 떠올렸다. page. 218
미후유와 만난 것을 계기로 아오에의 여성관도 변했다. 그는 지금까지 애인에게 귀여움만 원했다. 치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미후유에겐 전혀 다른 매력을 느꼈다. 어른스러운 섹시함 따위의 단순한 게 아니었다. 미후유와 있으면 날카로운 칼날을 마주 보는 것처럼 예민한 감각이 요구되고, 자기 내부의 뭔가가 북돋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page. 239
마사야는 미후유의 목에 있는 검은 점 두 개를 떠올렸다. 후쿠타 공업 기술자였던 야스우라는 수상한 여자에게 걸려 직업을 잃었다. 그 여자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특징은 목덜미에 있던 두 개의 검은 점이라고 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후유라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쿠타 공업은 예전에 은세공을 전문으로 하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그때의 가공 설비가 남아 있다. 그 장비 덕분에 마사야도 미후유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미후유가 그런 사정을 다 알고 그 공장을 권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사야가 일 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직종인 야스우라를 함정에 빠뜨렸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page. 253
“그렇지만 무시할 수도 없잖아. 그냥 놔두면 분명히 다른 수법으로 나올 거야.”
“바로 그거야. 지금 상태로는 아무 방법이 없어. 상대방이 도대체 누구인지도 모르니까.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적의 정체를 밝혀내야 해. 그러려면 실마리가 필요하잖아? 이번엔 일단 그냥 놔둬. 그러면 네 말처럼 놈이 반드시 뭔가 다른 행동을 취할 거야. 그때는 저쪽도 무시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약간은 대담한 수법으로 나오겠지. 우린 그걸 노리는 거야. 사람이란 초조하면 허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니까.” page. 259
“상대를 초조하게 만드는 거지. 철저하게 애를 태우는 거야. 그러면 실수를 하게 되어 있어. 확실해.” page. 270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겁니다. 물론 아름다움엔 여러 종류가 있겠죠. 보석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헤어스타일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여성의 용모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모든 욕구를 해결해주고 싶습니다.” page. 298
“..제가 생각하는 꿈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우선 터널이 있고, 입구와 출구가 있습니다. 입구에는 여자가 있습니다. 별로 예쁘지 않고 화장기도 없고, 패션 감각도 좋지 않죠. 그렇지만 돈은 좀 갖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든 뭐든 해서 모은 돈이겠죠. 여자는 그 돈을 갖고 터널 안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에 나온 여자는 예쁘게 메이크업되어 있고, 헤어스타일도 잘 어울리게 바뀌어 있습니다. 약간 예뻐진 여자는 또 얼마 있다가 다시 옵니다. 이번에는 전보다 돈을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뻐진 덕분에 수입이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다시 터널로 들어갑니다. 나온 여자는 전보다 훨씬.”
예뻐졌다, 라는 말을 두 사람이 동시에 했다.
“결국 그런 마법의 터널이 자네가 그리는 꿈의 모습이란 얘기군.” page. 298~299
‘몬 아미’는 일주일에 한 번, 스태프의 스터디 모임이 있다. 목요일인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미팅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12시가 넘어 퇴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page.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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