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오 해피 데이
작가 : 오쿠다 히데오
읽은 기간 : 2019년 12월 19일 ~ 12월 24일
출판사 : 재인
본문 中-
그래도 디지털카메라 조작에 서툰 엄마를 보다 못해 거들어 주었다. 내친김에 옥션에 사진을 올리는 방법도 배웠다. 몇 번이나 똑같은 것을 묻자 유헤이는 짜증을 부렸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유헤이를 부럽게 바라보면서 노리코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옛날에 비디오 덱을 조작할 줄 몰라 악전고투하던 엄마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자신이다. 세상의 주역이 아이들로 옮겨 간 것이다. page. 11
물건의 인기가 마치 자신의 인기만 같았다. 여기저기 오라는 데가 많았던 것도 처녀 시절 잠깐뿐, 결혼한 후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아, 들이쉬는 공기까지 상쾌했다. page. 19
“어머나, 머리 스타일 바꿨어?”
“아니, 늘 하던 대로인데.” 여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어째 인상이 좀 다르네. 젊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page. 22
“아 참, 이번 농구 신인전, 엄마 보러 가도 돼?”
“안 돼.”
유헤이는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부모들 아무도 안 오는데, 엄마만 오면 창피하잖아.”
그러고는 툴툴거리며 부엌을 나갔다.
가족이란 엄마와 아내에게는 참 무관심하다. 집 안에 당연히 있는 것, 이라고밖에 여기지 않는다. page. 27
이 아이들을 낳기를 잘했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가족이 있어서 행복했다. page. 48
동네 아줌마들과도 잘 지낸다. 아들이 축구팀에 들어간 덕에 갑자기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주부의 세계는 동네가 전부다. 그래서 더욱이 소중하다. page. 101
몇 가지 미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오래가지 못했다.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배우나 모델이라면 죽을 각오로 젊음을 유지하려 애쓰리라. 커리어우먼 정도만 되어도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전업 주부는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그래서 긴장감이 없는 것이다. page. 115
다르게 살 수도 있었으려나. 히로코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삼십 대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지냈다. 인기 있다는 레스토랑 한 번 가지 않았다. 그러다 아줌마가 되고 말았다. 세상 일은 전부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듣는다. page. 122
“그래도 주부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세상이 그런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한다니까요.” page. 128
그렇구나, 아이들은 밖에서 놀기도 하는구나. 당연한 일을 그제야 깨달았다. 어제나 그제나 유치원에서 데려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고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에게도 일정이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page. 154
부엌이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구조였으면 좋겠다. 고개만 들어도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면 안심하고 반찬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려면 얼마나 들까. 하는 김에 가스레인지도 전자식으로 교체하고 싶다. 청소하기도 편하고 가스가 샐 염려도 없다. page. 158
늘 이렇다. 재빠른 사람이 이긴다는 얘기는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끝장이라는 뜻이 아닌가. page. 191
잔고가 1억 엔을 넘자 아내 쪽이 먼저 배포가 커졌다.
“나, 일 그만둬도 돼?”
“그럼.”
사토미는 우선 집을 사면서 대출한 융자금을 청산하고, 자산 운용 지침서를 사 와 뒤적거리더니 펀드를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주 의식적으로 소비를 했다. 선택의 여지가 늘어난 덕분인지 일일이 사는 구실을 찾아 물건을 구입했다. page. 232
요즘은 주로 코믹 소설을 쓰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편집자에게 “일본에서는 코믹이 팔리지 않는다. 미스터리로 전향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찬밥 취급당하는 신세였다. 그런데 상을 받고 소설이 팔리기 시작하자 독자들도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는지 주문이 쇄도한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page. 244
로하스라. 야스오는 마음속으로 조소했다. 요컨대 유코 씨처럼 유복하고 지적인 미인이 이끄는 붐이기 때문에 다른 여자들도 그 뒤를 쫓는 것이다. page. 248
선진국의 친환경 운운은 배부르고 등 따뜻한 사람들의 면죄부다. 환경을 빌미로 인간 우위를 주장하려는 냄새가 풀풀 풍긴다. 그리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정의를 휘두르는 것이야말로 천박한 인품 아닌가. page. 260
한숨이 나왔다. 암울한 기분도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없었다. 애당초 내가 소심한 인간이다. 생각한 것을 그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니까 굳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 성격이다 보니 만사에 의심만 많고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그래서 조직의 일원으로도 지내지 못하는 것이다. page. 270
택시가 출발했다. 뒤창 너머로 아내를 보았다. 가로등 아래에서 사토미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신혼 시절부터 변함없이 자신의 귀가를 기다려 준 아내의 모습이었다. page.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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